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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꿈 - 한국 근대문학관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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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한길 댓글 0건 조회 3,774회 작성일 14-02-28 00:00

본문

1월을 시작하면서 인천문화재단을 왔으니 2월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얼추 두 달간 일을 했다. 내가 그동안 한 일들을 요약하자면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호사가 어디 있는가. 공부를 하면서 돈을 받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전공을 살려서 근대문학관을 왔다고 하지만 사실 국문과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과 학생들도 할 수 있는 일 뿐이다. 책을 읽고, 책을 정리하면서 느긋하게 겨울이 지나갔다. 방에 틀어박혀 겨울잠으로 보낸 방학과는 다르게 통장에는 돈이 쌓이고, 몸에는 피로가 쌓였다. 앞의 두 가지는 기실 아무래도 좋다. 머릿속에 복잡한 실뭉치가 꾸역꾸역 쌓인 통에 고민이 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올 겨울에 내가 걷고 봤던 땅으로 하여금 나는 많이 바뀔 것이다. 대학교에서 존경하는 교수님이 던지는 화두만큼 인상적인 날들이었다.

나는 인천에서만 16년을 넘게 살았으니 어딜 가도 토박이라고 말해왔다. 대학교를 간 뒤에야 토박이란 말을 담을 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다른 지역의 친구가 나에게 인천에 대해 물어온 순간 그러했다. 괜찮은 관광지나 먹거리를 소개해달라고 해도 나는 제대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경험이 많음을 자랑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니만큼 무지도 부끄러운 법이다. 무정부주의를 지지하는 만큼 내가 사는 땅을 내가 잘 모른다는 건 비웃음을 사고도 남았다. 근로 장학을 신청하면서 인천문화재단을 1순위로 꼽은 것은 그 탓이 크다. 실제로 근대문학관의 학예사 선생님은 내가 본 누구보다도 (옛)도시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았다. 항상 실천이 앞서지 못해 괴로웠던 나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준 셈이다. 직접 거리를 돌고 오래된 건물을 찾으면서 무엇이든 보다 깊게 음미하는 눈을 갖게 되었다. 구석구석 맛집을 찾아다니며 깊게 음미하는 혀를 얻은 건 덤이다.

글쟁이를 꿈꾸는 만큼 매력적인 직장이다. 글공부 할 거리가 넘쳐난다. 종합적인 근대문학관은 특히 한국에서 최초로 생긴 곳이고 수장고를 정리하면서 얼핏 본 책들은 귀한 것들이었다. 그 외에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이 짬짬이 읽은 인천문학작품과 비평지 플랫폼이었다. 플랫폼은 한 부 한 부 담고 있는 글의 무게가 묵직해서 읽고 나면 수업을 받은 느낌이었다. ‘문화’란 단어에서 가지를 치는 여러 갈래의 ‘문화’를 균형 잡아 다룬 것이 인상 깊다. 비평의 권위와 가치를 믿지 않는 나지만 의심하고 생각할 것을 거듭 일깨우는 플랫폼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전을 넘어서 당장 피부에 닿는 세상이 이렇게 풍성하다는 걸 느꼈다.

내일이면 일이 끝이고 해서 기념으로 혼자 신포시장과 답동성당을 다시 다녀왔다. 날씨도 선선해서 걷는 맛이 좋았다. 더 날이 풀리면 내가 사는 계산동부터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겠다. 나도 내가 사는 땅부터 사랑하고 싶다.